부산 영도에 위치한 흰여울교회입니다.

신앙의 자리/믿음의 자리 86

<사랑은 느림에 기대어>

[웹진 평:상 70호] 책,삶,목회 | 김기석의 - 김기석, 비아토르, 2022. 코로나 이후 세 번째 봄을 맞이한다. 많은 이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전염병이지만, 인간의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의 질주를 잠시라도 멈추게 해준 고마운 벗이기도 했다. 이제 코로나의 긴 터널의 끝에 서서 사람들은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린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를 갑갑하게 했던 여러 제한적 조치들로부터 얼마간의 자유를 얻게 되겠지만 우리의 생각 하나, 행동 하나, 말 하나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삼갈 줄 아는 것이 신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일진데, 잊고 살았던 자기성찰적 삶을 이젠 좀 더 진득하게 살아내야 한다. 이제 서서히 사라져 가는 코로나..

그리움, 애도, 갈망

주간 평화교회 102호| 그리움, 애도, 갈망 1. 올해 초에 애들 둘이 독립을 해서 지방으로 내려갔다. 두 어 달 정도 헤어지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30년을 넘게 같이 살아온 삶의 감각은 비어있는 공간을 볼 때마다 공명음을 일으킨다. 언제든지 연락이 되지만, 차를 타고 2시간도 되지 않는 거리가 만드는 파장이 쓸쓸함을 건드린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릴 때마다 제 방에서 나와서 말을 걸던 딸의 음성이 들리는 듯 하다. 무뚝뚝하지만, 발동이 걸리면 기상천외한 스토리로 내 이야기를 압도하던 아들의 이야기도 그립다. 2. 프로이트에 따르면 ‘근원적 생명의 에너지’인 ‘리비도’는 점착성이 있다고 한다. 이 끈적끈적한 정신적인 에너지는 같은 시공간을 점유하는 대상에게 무/의식적으로 들러붙는다. 이렇게 들러붙..

하루에 한 말씀

“이 세상이 전부가 아닙니다. 다음 세상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할 때마다 으레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다음 세상이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세상도 중요하잖아요? 기왕이면 지금 세상도 잘살고 다음 세상에도 잘살면 더 좋죠.”라는 말입니다. 지금 세상은 물론 중요합니다. 왜 중요한가 하면, 지금 세상이 우리가 신자로 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이 아니면 우리가 어디 가서 신자 행세를 하겠습니까? 이 세상은 우리가 국물을 얻어먹어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가 신자라는 사실을 나타내야 하는 곳입니다. 예전에 누군가 물은 적이 있습니다. “부활 신앙이 뭐예요?” “왜요?” “부활 신앙이 있어야 한다는데, 부활 신앙은 기본적으로 다 있는 것 아닌가요?” 이다음에 부활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