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 위치한 흰여울교회입니다.

신앙의 자리/믿음의 자리 86

잠시만요, 계속 축복하실게요.(로마서 7:9~12)

[웹진 평:상 75호] 평.보.성 | 잠시만요, 계속 축복하실게요.(로마서 7:9~12) 잠시만요, 계속 축복하실게요. 로마서 7:9~12 9 전에는 율법이 없어서 내가 살아 있었는데, 계명이 들어오니까 죄는 살아나고, 10 나는 죽었습니다. 그래서 나를 생명으로 인도해야 할 그 계명이, 도리어 나를 죽음으로 인도한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11 죄가 그 계명을 통하여 틈을 타서 나를 속이고, 또 그 계명으로 나를 죽였습니다. 12 그러므로 율법은 거룩하며, 계명도 거룩하고 의롭고 선한 것입니다. 기독교 영역에서 '죄'에 대해서, '법'에 대해서 말하는 것만큼 고리타분한 일이 있을까요? 이해하기 복잡한데다가 피상적이기까지 해서, 우리가 사는 이야기와 뭐가 그리 관련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 현..

<생활성서> 내 눈을 빌려주고 싶습니다

주간 평화교회 115호| 내 눈을 빌려주고 싶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조롱하는 것은 그를 지으신 분을 모욕하는 것이다. (잠 17:5, 새번역) 추석을 앞두고 잠시 펜을 들었다. 목사가 되어 안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명절에 부모님을 뵙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점이다. 그나마 평신도인 형을 대신 보낼(?) 수 있는 상황이라 참 다행이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나에게 추석은 ‘새우튀김을 먹는 날’ 이었다. 6학년 때까지 재래식 화장실이 딸린 집에 살던 형편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큰 맘 먹고 부엌에 쭈그리고 앉아 열심히 튀김가루와 계란 옷을 입히시는 엄마 옆에서 신나서 ‘주워’ 먹었는데, 울 엄마는 한 번도 핀잔을 주지 않으셨다. 지금보다 많이 없이 살았지만, 엄마라는 큰 우산을 쓰고 살던 그 시절이 사무..

<생활성서> 기다림의 윤리학

주간 평화교회 118호| 기다림의 윤리학 사랑은 오래 참고, 친절합니다. (고전 13:4, 새번역) 어느 날 아침, 유치원에 가려고 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서너층을 내려가다 중간에 멈춰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할아버지 한 분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타셨다. ‘몸이 불편하신 분이로구나’ 하는 순간, 할아버지는 기습적으로 아들의 볼을 만지셨다. 검지로 ‘툭’ 건드리시는 정도였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요새는 그런 가벼운 터치도 ‘트렌드’에 맞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라는 포스터였나, 플래카드였나. 하여간 그런 문구를 봤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어디 감히 내 아들을!’ 이라며 난리를 칠 이유까지는 없었다. 왜냐하면 할아버지 눈빛을 봤는..

<영적여정의 오솔길> 영적 여정의 친구되기

주간 평화교회 120호| 영적 여정의 친구되기 1. “영성지도에 참여하기 위한 단 하나의 전제조건은 영성지도를 받기 원하는 사람이 하나님께 대한 영적인 체험을 가지고 있고, 영성지도자와 그 체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 체험이 어떠한 기도방식을 통하여 오건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 토마스 머튼 - 2. “그는 나에게 많은 시간과 관심을 나타내 보였지만 내가 일분도 낭비하지 않도록 하였다. 그는 내가 온전히 자유롭게 나의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도록 하였지만 그 자신을 선물로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사려 깊게 선택하고 결정하도록 하였지만 더 낳은 그의 의견이나 판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스스로 나의 길을 찾도록 하였지만 바른 지도를 숨기지 않았다. 우리의 대화 ..

<영적여정의 오솔길> 침묵의 농담

주간 평화교회 117호| 침묵의 농담 1. 침묵기도학교를 진행하다보면 자주 듣는 말이 ‘침묵’에 대해서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다. 침묵이라는 말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다. 침묵沈默은 잠길 침沈자에 잠잠할 묵默자를 써서 ‘아무 말도 없이 잠잠히 있음’, ‘정적이 흐름’, ‘어떤 일에 대하여 그 내용을 밝히지 아니하거나 비밀을 지킴’, ‘일의 진행 상태나 기계 따위가 멈춤’이라고 사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침묵기도학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 정도의 의미를 몰라서 더 설명해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침묵을 설명해달라는 말은 체험은 하지만, 그리고 더 깊은 체험을 원해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말로 설명해달라는 말이다. 2. 침묵은 일차원적인 것이다. 상황과 맥락, 그리고 의지에 따라서 침묵의..

한국교회 기독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웹진 평:상 74호] 무중력세대 | 한국교회 기독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한국교회 기독청년들이 떠나고 있다 (본 글은 한국기독교사회발전협회에서 주최한 “포럼카이로스#11”에서 발표한 발제문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 한국교회, 기독청년이 떠나고 있다. 아니 이미 많은 기독청년들이 떠났다. 구태여 구체적인 통계를 근거로 들지 않더라도, 당장 출석하는 교회에 청년부가 조직되어있는지, 조직되어 있다면 청년들의 숫자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본다면, 기독청년들이 한국교회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시게 될 것이다. 혹자들은 이를 인구감소에 따른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인구가 감소하니 자연스레 교회 안에 청년세대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합리적인 추론이다. 한국사회 현재 OECD 국가 중에 가장..

사랑을 고백하시는 하나님

주간 평화교회 105호| 사랑을 고백하시는 하나님 1. 3박 4일간 지리산에서 침묵 피정이 있었다. 대침묵 둘째 날 점심이 마침 설거지를 담당하는 날이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오니, 때마침 잘 내려진 원두커피가 있었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킷캣 하나를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나무 그늘 밑 의자에 앉으니, 약간의 노동이 선서하는 근육의 나른한 기운이 묘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비온 다음 날이라 풀냄새를 머금고 불어오는 바람이 온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새소리를 들으면서 킷캣을 한 입 베어 물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커피에 녹아내리는 초코렛의 맛을 느끼는 순간, 교부 오리게네스(c. 184- c.254)의 고백이 떠올랐다. 2. “주님께서 청각, 시각, 촉각, 미각, 그리고 모든 감..

스승의 은혜는 하늘과 같을까?(김정태)

수평적 권위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것을 전제로 함께 공동체의 규범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형성되며, 거기에서 자발적인 상호 존중의 교육이 일어날 수 있다. 성경은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하라고 말한다(롬 12:10). 교사들이 먼저 실천하며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 새로운 교육적 권위를 만들어 가야 한다. (본문 중) 권위 상실의 시대에서 새로운 교육의 권위 찾기 김정태(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올해도 5월 15일이 돌아왔다. 21세기, 가부장제적 권위가 허물어지고 있는 이 시대에 ‘하늘 같은 스승의 은혜’를 노래하고 들으려니 솔직히 어색하다. 스승의 날이라는 이 불편해진 기념일이 과연 몇 년을 더 버틸지..

나이와 욕망의 엇박자(양혜원)

멀리서 보면 숲이지만 다가가서 보면 나무라고, 나 자신이 그 나이에 성큼성큼 다가가고 있다는 사실도 노년이 낯설지 않은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가까이에서 노년의 친구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숲으로 뭉뚱그려진 그들이 아니라 나무 하나하나로서 그들의 삶을, 그들의 개성을 보게 되었다. (본문 중) 양혜원(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불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제법 삼엄하던 전염병 경계의 시절이 어느 먼 옛날 일처럼 느껴지는 최근, 어머니가 귀국하셨다. 사다리에 올라 몰딩에 페인트를 칠하고 내려오다가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히신 후 두통과 같은 뇌진탕 증상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보험이 없는 여행자 신분으로 이런저런 검사를 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에 일단 귀국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여 들어오신 건데..

하루에 한 말씀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십자가 밑에서는 로마 군병들이 예수님 옷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입고 다니는 겉옷은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겉옷과 허리를 두르는 천, 머릿수건 그리고 샌들입니다. 로마 군병 넷이 이 네 가지를 하나씩 나눠 가졌습니다. 이렇게 겉옷은 한 몫씩 나눠 가졌는데 속옷 하나가 더 남았습니다. 그것을 네 조각으로 찢어버리면 누구에게도 소용이 없는 물건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제비를 뽑아서 한 사람이 갖기로 했습니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던 교회 아동부에서 부활절 행사로 삶은 계란과 전도지를 들고 노방 전도를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제 딸도 아동부였는데, 노방 전도를 나갔던 딸로부터 아주 의미 있는 얘기를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