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 위치한 흰여울교회입니다.

생명 평화/정의 평화 15

우영우와 고래의 진실

소수자의 문제를 다루는 대중 드라마로 이 정도의 인기를 끌었으니 가 성공한 드라마인 것은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고귀한 메시지는 대중성을 가질 수 없다는 암묵적 전제가 깨지기 시작했는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부터 ‘인디’ 스타일이 아닌 대중 드라마라는 형식을 택했으니 작가도 자기 나름대로 사명감만이 아닌 자신감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본문 중) 양혜원(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알람이 없어도 정해진 시간에 깨는 편인데, 그래도 나의 잠을 완전히 깨우는 건 웹툰이다. 요일별로 보는 웹툰들이 있는데, 잠이 슬슬 깨기 시작하면 핸드폰을 집어 들고 해당 요일에 올라오는 웹툰을 스윽 훑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지난달 말에 드라마 가 웹툰으로 올라온 것을 보고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뭐 하나 히..

저 역시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하향하라는 요구는 결국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더 오래, 많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엄벌주의 강화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논의에 앞서 그것이 실질적으로 엄벌을 위한 효과 있는 수단인지가 의문이다. 단순히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규정하는 것과 실제로 엄한 형벌이 부과되는 것 사이에는 매우 큰 간극이 있다. (본문 중) 우미연(기윤실 청년위원, 변호사)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최근 공개된(2022. 2. 25.) 넷플릭스 드라마 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의 말이다. 소년보호재판을 담당한 판사들과 소년범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공개 직후부터 화제가 되면서 소년 범죄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냈고 공론의 장을 마련하..

대선 이후 노동의 미래를 바라보며

오늘날의 노동 문제는 안으로는 사회의 무관심과 싸워야 하고, 밖으로는 정부의 친자본적 경영과 다가오는 기후 위기와 노동의 종말 시대에 예상되는 노동 시장의 변화와 싸워야 한다. 노동 문제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과 동시에, 노동 시장의 감소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 이중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폭넓은 연대가 필요하다. (본문 중) 송기훈(영등포산업선교회 교육홍보팀장)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좀처럼 노동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언론에서 노동 문제가 잠시 언급되었지만,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유력 후보들의 비리 논쟁에 휩쓸려버린 까닭에 노동 문제는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져 버렸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52시간 노동 논쟁, 최저 임금 이하..

정답없는 사회

[웹진 평:상 69호] 무중력세대 | 정답 없는 사회 청년고독사라는 말이 미디어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고독사란 말 그대로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고독한 죽음을 말합니다. 주로 독거노인이나, 중년의 남성들의 일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20, 30대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청년고독사의 사례가 62%나 늘어났다고 하니, 심각하게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독사의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1인가구의 증가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20, 30대가 40%를 차지하는 1인 가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청년고독사도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증가가 고독사의..

[코로나 시대의 일상] 자영업자가 경험하는 코로나 시대

개업하자마자 많은 매출을 내 주던 식당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월 매출은 한창 잘될 때의 십분의 일로 감소했고, 심할 땐 하루에 손님이 한 명도 없을 때도 있었다. 특히 내가 운영하던 곳처럼 야식 메뉴를 중심으로 저녁부터 시작해 새벽 장사를 하는 곳은 야간 시간제한이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본문 중) 진승(가명, 자영업자) 2018년 5월, 사진관을 개업하며 자영업을 시작했다. 요즘 말로 ‘힙한’ 거리에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복고풍 사진을 촬영해 주는 사업이었다. 광고 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려 다양한 마케팅 방식을 활용할 수 있었고, 당시엔 거리에 사람도 많아 꽤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사진관 운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다음엔 조금 여유가 생겨 사업을 확장해 나갔는데, 이후에 개업한 ..

어떻게 좋은 소비를 할 수 있을까?

오늘날 ‘미닝아웃’, 즉, ‘가치 소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내가 구매하여 사용하는 물건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돈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덧셈 뺄셈만 교육할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물건이 판매되기까지 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교육해야 할 때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옷을 살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 주고, 그래서 자연과 이웃의 삶이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옷의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과 필요하다면 중고 시장에서 구입하거나 유기농 인증 옷을 구매하자고 말해 줄 수 있다. (본문 중) 이주은(알맹상점 대표) ‘기후 위기’라는 말이 이젠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2020년에 때아닌 장마가 52일 동안이나 지속되고 코로나1..

카라조프 씨네 형제들 : 파한 뿌리

문옆 구석에 기도하러 앉은 채 낭독되는 성경을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알료사의 눈앞에 문득 혼인 잔치의 광경이 펼쳐진다. 하객들과 젊은 신랑 신부가 보이고, 관에 누워 있어야 할 조시마 장로가 그에게 다가온다. 그는 “나도 잔치에 초대를 받았단다”라고 말한다. 그는 왜 자기를 보고 놀라느냐면서 자신도 파 한 뿌리를 적선해서 그 자리에 있는 거라고 말한다. 그곳의 모든 사람이 파 한 뿌리씩, 단지 조그만 파 한 뿌리씩 적선해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본문 중) 홍종락(작가, 번역가) 욕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파렴치한 인간 표도르 카라마조프에게는 세 아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첫째 드미트리가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두 사람은 연적(戀敵)이다. 상대는 소설의 전반부에서 ..

여성학자와 이대남 아들의 대화

직장 생활 몇 차례 끝에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선 엄마와 달리, 아들은 아예 직장 생활은 생각도 하지 않는단다. 사람과 부대끼는 것을 피곤해 하는 집안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았으니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일찍부터 진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대학도 선택하고 하는 모습이 생경하긴 하다. 엄마는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그냥 성적 맞춰서 대학과 학과를 골랐지만, 아들은 초등학생부터 한결같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았던 만큼 미리미리 정보 수집도 꽤 했나 보다. (본문 중) 양혜원(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팔뚝만한 사이즈로 태어나 코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게 젖을 빨아대던 아기 때의 모습이 아직도 내 눈에 선연한 아들이 이제는 고개가 꺾어지게 올려다봐야 눈을 맞출 수 있는 키로 자라 생애 첫 투표를 한단..

[비폭력] 평화주의로 충분한가?

평화주의로 충분한가? - 에버하르트 아놀드 1934년 독일, 히틀러가 집권한 지 18개월이 지났을 때. 플라우 출판사의 초대 편집장인 에버하르트 아놀드는 1차 세계대전을 이은 또 다른 전쟁의 위협을 경고하며, 그가 여태까지 옹호해왔던 국제 평화 운동이 히틀러를 저지할 능력이 없음을 예견했다. 그의 성찰은 오늘날 상황에도 들어맞기에 소개한다. 전쟁 반대로 충분한가? 나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히틀러의 새로운 정부 아래에서 천여 명이 넘는 사람이 재판도 없이 부당하게 죽임을 당해왔다면, 그것은 이미 전쟁이 아닌가? 수십만 명이 강제 수용소에서 자유와 인간의 존엄성이 박탈당한다면, 그것이 전쟁 아닌가? 아시아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이 굶어 죽어갈 때 북아메리카와 다른 곳에서 수백만 톤의 밀이 비축되어 있다면,..

[화해] 어떻게 이런 자를 용서하란 말인가?

어떻게 이런 자를 용서하란 말인가? 달갑지 않은 복음에 순종하다 -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한 스승이 제자들에게 물었다. “새벽 어느 때쯤이면 사람이 어둠 속에서 빛을 구별할 수 있겠느냐?” 한 제자가 대답했다. “당나귀와 염소를 구별할 수 있을 때입니다.” 스승은 아니라고 답했다. 다른 제자가 말했다. “무화과나무와 종려나무를 구별할 수 있을 때입니다.” 역시 스승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제자들이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쯤입니까?” 하고 물었다. 스승이 말했다. “너희가 모든 남녀의 얼굴에서 형제자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때가 바로 그때이다. 오직 그때만이, 너희는 빛을 본 것이다. 그 밖의 모든 것은 아직 어둠이다.” ―하시딤 이야기 인간의 본성이 어떠하든,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을 형제나 자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