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 위치한 흰여울교회입니다.

생명 평화 57

깊은 우울함으로 마주한 이태원 참사

[웹진 평:상 76호] 무중력세대 | 깊은 우울함으로 마주한 이태원 참사 깊은 우울함으로 마주한 이태원 참사 *본 글은 새가정 12월호에 기고한 글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마치 8년 전 봄 같다. 우리는 그때 몹시 아팠고, 지금 또 몹시 아프다. 다시는 이런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설마 또 다시 이런 감정을 느끼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했고. 어느 죽음이 안타깝지 않겠냐마는 못다 핀 꽃, 채 열매 맺지 못한 청춘의 죽음은 기독청년활동가인 나에게 더할 수 없는 비통함으로, 우울함으로 다가온다. 지난 10월 29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의 작은 골목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던 수많은 청년이 압사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5.5평의 작은 공간에 병목현상이 일어나 행인끼리 우왕좌왕하며 서로 뒤엉키는 일이 발생했는데..

청년과 통일담론

[웹진 평:상 73호] 무중력세대 | 청년과 통일담론 청년과 통일담론 (본 글은 CBS-NCCK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심포지엄의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 냉정히 말해 평화통일 이슈는 청년들의 핵심이슈가 아니다. 청년이슈의 순위를 매긴다면 평화통일 이슈는 가장 아래 자리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굵직한 대북관련 이슈가 있을 때는 잠시 관심을 보이겠지 청년세대 안에서 지속적인 이슈로 이야기되지는 않는다. 평화통일 이슈는 정치권에서만 이야기되는, 혹은 특성세대, 특정집단 안에서 이야기되는 이슈가 되어버렸다. 이는 자연스럽게 청년세대의 통일에 관한 무관심과 필요성 악화를 가지고 왔다. 작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21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매우”와 “약간 ..

우영우와 고래의 진실

소수자의 문제를 다루는 대중 드라마로 이 정도의 인기를 끌었으니 가 성공한 드라마인 것은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고귀한 메시지는 대중성을 가질 수 없다는 암묵적 전제가 깨지기 시작했는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체부터 ‘인디’ 스타일이 아닌 대중 드라마라는 형식을 택했으니 작가도 자기 나름대로 사명감만이 아닌 자신감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본문 중) 양혜원(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알람이 없어도 정해진 시간에 깨는 편인데, 그래도 나의 잠을 완전히 깨우는 건 웹툰이다. 요일별로 보는 웹툰들이 있는데, 잠이 슬슬 깨기 시작하면 핸드폰을 집어 들고 해당 요일에 올라오는 웹툰을 스윽 훑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지난달 말에 드라마 가 웹툰으로 올라온 것을 보고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뭐 하나 히..

성경적 서사에 충실한 성품 공동체로서의 한국교회를 꿈꾸며

한국 기독교인들의 내면에는 이미 종말론과 선교의 열정을 절대시하는 서사가 형성되어 있고, 그 서사에 따라 선교에 대한 열정을 추구하면서 이웃을 존중하지 않는 것을 가볍게 여기는 성품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기보다는 충분히 고려하면서, 하나님의 복음에 합당한 기독교 사회 윤리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는 성경적 서사에 충실하고자 하며, 성경적 서사의 미덕을 실천함으로써,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서 예수님을 증언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본문 중) 강성호(안양일심교회 부목사, 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외래 교수) 올해 초 상주 BTJ 열방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나 선교단체 인터콥과 그들의 극단적인 세대주의 종말론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

<영적여정의 오솔길> 영혼의 산파 : 죽음의 둘라(Death Doula)

주간 평화교회 111호| 영혼의 산파 : 죽음의 둘라(Death Doula) 최근에 서구에서는 ‘출산의 둘라(Birth Doula)’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둘라Doula’라는 말에 적합한 번역어가 없기에 여기에서는 그냥 둘라라는 말로 사용한다.) 출산의 둘라는 조산사, 혹은 산파와 비슷하게 출산을 맞이하는 부모들을 돕는 직업 중의 하나로 이야기되고 있다. 물론 현대에서는 조산사나 산파의 역할은 대부분 산부의과 의사들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지만, 몇 십 년 전만 해도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몫이었다. 이런 조산사나 산파와는 다르게 출산의 둘라는 출산 즈음에 부모가 될 사람, 특히 산모의 감정적인 부분이나 출산 전반에 관해 부부가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하는 부분들에 대해 세심한 정보를 전해주면서 돕는..

발음할 수 없는 이름을 발음하기

주간 평화교회 108호| 발음할 수 없는 이름을 발음하기 영성가 리처드 로어는 그의 저서 에서 신의 이름은 발음이 불가능한 이름이고, 그 이름을 어떻게 부르는지 알려고 하는 것은, 출애굽기 20장 7절의 말씀대로 ‘헛된’ 짓이라고 하였다. 한글 성경에서는 이를 ‘망령되이 일컫는’(개역), ‘망령되게 부르는’(개역개정), ‘함부로 부르는’(공동번역, 표준새번역, 공동번역 개정, 새번역) 일로 번역하였다. 영어 성경 킹제임스 버전, ASV는 ‘in vain’(헛된)으로 번역하고 있다. 하지만 모세는 불경하게도 출애굽기 3장 13절에 그 ‘헛된’ 일을 감행한다. “그들이 저에게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을 터인데, 제가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대답해야 합니까?” 고대사회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 이상의 ..

저 역시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을 하향하라는 요구는 결국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더 오래, 많이,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엄벌주의 강화에 대한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논의에 앞서 그것이 실질적으로 엄벌을 위한 효과 있는 수단인지가 의문이다. 단순히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을 규정하는 것과 실제로 엄한 형벌이 부과되는 것 사이에는 매우 큰 간극이 있다. (본문 중) 우미연(기윤실 청년위원, 변호사)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 최근 공개된(2022. 2. 25.) 넷플릭스 드라마 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한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의 말이다. 소년보호재판을 담당한 판사들과 소년범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는 공개 직후부터 화제가 되면서 소년 범죄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냈고 공론의 장을 마련하..

안락사와 존엄사, 그리고 좋은 죽음

나의 기억 속에서는 그렇게 찬란하기만 했던 배우 알랭 들롱을 영 낯선 사진으로 만난 것도 놀라운데, 오랜만에 들은 그의 근황은 더 충격적이었다. “알랭 들롱 안락사 결정”이라는 뉴스 제목으로 그를 만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 뜻밖의 소식에 우리나라에서도 안락사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이 글에서는 혼용되어 쓰이는 안락사라는 용어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고, 안락사에 대한 기독교적 이해를 다루어 보려고 한다. (본문 중) 김은경(간호사, 보건 교사) 라는 영화가 있다. 60년도 더 된 영화이지만 주인공의 깊으면서도 반항기 어린 눈빛이 아직도 강렬하게 마음에 남아 있다. 나의 기억 속에서는 그렇게 찬란하기만 했던 배우 알랭 들롱을 영 낯선 사진으로 만난 것도 놀라운데, 오랜만에 들은 그의 근황은 더 ..

교회 청년부와 [청년센터WAY]가 함께한 청년 사역

많은 경우, 목회자는 신학과 신앙 분야의 훈련은 받았지만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전문가는 아니다. 신학대학원에서 ‘목회 상담’을 배우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를 호소하는 청년들에게 효과적인 상담을 제공하기에는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심리 상담을 깊이 공부해 보지 못한 목회자는, ‘우울’, ‘불안’, ‘왜곡된 사고’ 등의 정서적인 문제를 자신의 전문 분야인 신앙의 문제로 단순히 치환한 후 피상적이고 위험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한다. (본문 중) 이재호(목사, 높은뜻광성교회 청년마을) 지난 2022년 1월 12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비교할 때 주요 정신 건강 지표인 ‘자살 생각 비율’이 9.7%에서..

기후위기에서 우린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 조천호, 동아시아, 2019 미세먼지 때문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쯤 조천호 박사의 강연에 참석한 어떤 이가 미세먼지에 대해 물었다. 당시 조천호 박사는 미세먼지가 재래식 무기라면 기후위기는 핵폭탄이라고 답했었다. 물론 미세먼지가 문제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게다가 심각한 미세먼지의 문제는 기후위기와 연관이 깊기도 하다. 파란 하늘을 그리워하고 꿈꾸는 이들에게 잿빛 하늘을 선물한 화석연료와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화석연료는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향면에서 어떤 것이 더 끔찍한가를 따진다면 단연코 기후위기를 말할 수밖에 없다. 조천호 박사의 말은 그런 의미였다. 이 책은 대기과학자로서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지낸 조천호 박사가 이곳저곳 기고했던 글들을 한데 엮어 만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