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 위치한 흰여울교회입니다.

생명 평화 57

그리스도인이 '생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

그리스도인이 '생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 한 여인이 있었다. 단풍나무 씨앗처럼 가을바람을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하늘 세상의 구멍에서 떨어진 '하늘 여인'이었다. 기러기들이 날아올라 그를 받아 주었고, 그는 거북의 등딱지에 내려앉았다. 그를 위한 보금자리(땅)이 필요하다고 여긴 동물들은 방안을 의논했다. 그가 머물 땅을 만들 만한 진흙이 깊은 물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물속 깊은 곳의 수압과 어둠은 수달·비버·철갑상어처럼 물속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동물들에게도 버거웠다. 진흙을 가지러 떠났던 동물 중 되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그러던 중 모여 있던 동물 가운데 가장 꼬마였던 사향뒤쥐가 헤엄을 쳐서 깊은 물속의 진흙을 입에 물어 가져왔다. 자신의 일을 마친 사향뒤쥐는 숨을 거뒀지만, 그가 가져..

무중력세대 ㅣ 청년들은 어디에 있을까?

[웹진 평:상 57호] 무중력세대 | 청년들은 어디에 있을까? - 필수노동과 청년 청년들은 사라졌을까? 아니면 보지 않는 것일까? 이것도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하는 걸까? 적어도 인구비율에 25~30%는 청년임에는 틀림없다. 없을 리 만무하다. 보지 못하는 것이다. 도시생활권에 살면서, 청년을 보지 못한다는 것, 청년들은 ‘투명인간’인 셈이다. 영화처럼 어떤 약을 먹거나, 실험에 의해서 투명인간이 된 것이 아니다. 청년들에게 극적인 어떠한 사건이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냥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청년’들의 존재가 귀한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어디있을까? 이태원? 홍대? 을지로? 강남? 코로나19 위기를 맞아서, 비난의 화살은 여기에 몰려드는 청년들에게 향한다. 클럽발,..

생의 절정

하루의 절정은 낮 12시이고 일 년의 절정은 7월 2일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절정(반 고비 혹은 한 가운데)은 언제일까? 80년을 산다면 40세이고 백 년을 산다면 50세이다. 그러나 김연수 작가는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고 말한다. 그는 ‘노을이 지는 곳까지 걸어가 봤다’는 문장을 쓰기 위해서 노을이 지는 곳까지 걸어가 본 사람이니, 그의 말이 맞을 것이다. (본문 중) 이정일(작가, 목사) 『신곡』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여기서 ‘반 고비’는 영어로는 ‘midway in our life’s journey’라고 표현하고 독일 작가 루이제 린저(Luise Rinser)의 말을 빌..

코로나 19와 노인의 고립, 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코로나19가 노인들에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은 ‘고립’과 ‘적응’의 과제를 던져 준 것이다. 고립은 보편적인 노인 문제 중 하나이지만, 코로나19는 노인들이 경험하는 고립의 속성이 얼마나 입체적인지를 드러내 주었다. 노인 고립을 유형별로 정리해 보면, 첫 번째는 ‘관계 분리’ 혹은 ‘상호작용의 분리’이다. (본문 중) 박지영(상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주일 오전 10시, 아흔을 넘기신 아버지 방에서 우렁찬 찬양 소리가 들린다. 4년 전 암 수술 이후 기력이 많이 쇠약해지신 아버지는 휘청거리는 몸으로 단정한 옷차림을 하시고 40여 년 섬겨온 교회의 예배를 드리신다. 아버지에게는 사명과도 같았던 예배를 방안으로 끌어들인 건 코로나19였다. 교회가 아닌 곳에서 예배를 드려야 하는 이 낯선 상황을 온전하게 받아들이..

물질주의의 굴레, 어떻게 할 것인가?

지난달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 성인 19,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 그중 한 항목의 결과가 화제가 되었다.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는데, 이에 대해 14개국 사람들이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가족을 1순위로 꼽지 않은 나라 3개국 중 스페인은 ‘건강’, 대만은 ‘사회’라고 답했다. 그런데 한국인만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Material well-being)를 1순위로 꼽았다. (본문 중) 정병오(오디세이학교 교사,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지난달 미국의 여론 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가 한국을 포함한 17개 선진국 성인 19,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 그중 한 항목의 결과가 화제가 되..

장애인 이동권의 현황과 과제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 국토교통부가 2021년에 발표한 『2020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2017-2021) 변경안”에 의해 2021년까지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을 42.0%까지 하기로 했지만, 2020년 현재 실제 보급률은 27.8%에 불과하다. 전국 시내버스 4대 중 1대만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내버스 외의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이용은 전혀 불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공항버스, 관광버스, 각종 셔틀버스도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이 전혀 불가능하다. (본문 중) 배융호(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이사) 장애인의 권리 가운데 하나가 접근권(Rights to Access)이다. 접근권은 장..

코로나 시대에 국경 넘기 - 자유의 대한 단상

입국하면서 내게 요구된 것은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앱을 깐 후에 위치 설정에서 ‘항상 허용’을 켜라고 했다. 그 후부터 나는 이 앱의 감시를 받기 시작했다. 앱은 정기적으로 열 체크 등 자가 진단 목록을 올리라고 알림을 주었고, 한 번씩은 위치를 이탈했다고 확인해 달라는 알림을 주기도 했다. 집에 콕 박혀 현관에도 안 나갔건만 왜 그런 알림이 오는지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했더니, 전화기를 두고 밖으로 나가는 분들이 있어서 전화기의 움직임이 너무 없으면 그런 알림이 뜨니 정기적으로 핸드폰을 만져 주라고 한다. 황당했다. (본문 중) 양혜원(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새해 들어 열흘 정도 지났을 무렵, 나는 10박 11일간의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집안일로 영국에 다녀오..

사회적 재난 속 교회의 역할

로나19 재난 앞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이미 겪고 있던 차별은 더욱 굴절되고 공고해진다. 그리고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던 자원은 차단되었고, 돌봄을 제공하던 이들에게 전가되던 부담은 배가되었다. 이 상황에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교회는 새로운 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교회가 가지고 있던 원래 모습을 회복하는 데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구약성서의 사회적 약자 보호 제도는 성문법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고대 세계에서 이례적인 약자 보호의 모습이었다. 신약성서의 예수님은 늘 사회적 약자의 편에 계셨고, 어린아이를 안아주시고 여성들의 눈물을 닦아주셨다. (본문 중) 신하영(세명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교회의 역사는 곧 약자 보호의 역사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가 한국 교회를 향..

원전과 녹색 분류체계

이번 EU의 녹색 분류체계 규정은 오랜 기간 과학기술과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면서도 미래를 지향하도록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EU의 전력 생산에서 태양광, 풍력 등을 사용하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38%로 화석연료의 37%를 넘어섰다. 이 덕분에 EU의 전력 생산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2015년 대비 29% 감소했다고 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계속 하락하여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완성된 기술은 아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EU(유럽연합)의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EU 녹색 분류체계(taxonomy) 규정안을 확정하여 입법 기관인 유럽의회로 넘겼다. 이 규정안은, 화석 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산업이 무엇인지 명..

다시 예수 그리스도로

[웹진 평:상 67호] 평.보.성 | 다시 예수 그리스도로 14 그 말씀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다. 그것은 아버지께서 주신, 외아들의 영광이었다. 그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였다. 15 (요한은 그에 대하여 증언하여 외쳤다. “이분이 내가 말씀드린 바로 그분입니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 나보다 앞서신 분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이분을 두고 말한 것입니다. 그분은 사실 나보다 먼저 계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16 우리는 모두 그의 충만함에서 선물을 받되, 은혜에 은혜를 더하여 받았다. 17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받았고,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생겨났다. 18 일찍이, 하나님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의 품속에 계신 외아들이신 하나님께서 하나님을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