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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통일담론

minkyo 2022. 12. 14. 11:28
[웹진 평:상 73호] 무중력세대 | 청년과 통일담론
 
청년과 통일담론
(본 글은 CBS-NCCK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심포지엄의 발제문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냉정히 말해 평화통일 이슈는 청년들의 핵심이슈가 아니다. 청년이슈의 순위를 매긴다면 평화통일 이슈는 가장 아래 자리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굵직한 대북관련 이슈가 있을 때는 잠시 관심을 보이겠지 청년세대 안에서 지속적인 이슈로 이야기되지는 않는다. 평화통일 이슈는 정치권에서만 이야기되는, 혹은 특성세대, 특정집단 안에서 이야기되는 이슈가 되어버렸다.
 
     이는 자연스럽게 청년세대의 통일에 관한 무관심과 필요성 악화를 가지고 왔다. 작년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발표한 2021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매우”와 “약간 필요하다”를 합쳐서 44.6%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로 최저수준의 하락한 것으로서, 특별히 20, 30 청년세대의 경우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각각 27.9%와 30.9%에 불과한 반면, 통일이 필요 없다는 응답은 42.9%와 34.6%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통일의 필요성에 관한 의식은 점점 하락할 것이며, 통일이슈는 계속 뒷전으로 밀려나 더 이상 청년세대 안에서 통일담론은 형성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통일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두워 질 수 있다.
 
     그러면 평화통일 이슈가 현 청년세대 안에서 멀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이에 앞서 MZ세대로 명명되는 현 청년세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 통일이슈가 청년들의 핵심적인 이슈가 되지 못하는지, 지금의 오늘날 청년세대를 먼저 분석해보는 것이다.
 
     MZ세대는 밀레니엄세대와 Z세대를 합친 말로써, 1980년에서 1994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집단으로 2021년 기준 10,617,024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1%, Z세대는 1995년에서 2004년 사이에 출생한 연령집단으로 2021년 기준 6,104,552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1%로 두 세대를 합친 비율은 총 32% 이상을 점하는 연령집단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출생한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있는 연령대로 사실상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것은 무리가 있다.1) 그러므로 MZ세대는 동일한 하나의 집단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이항대립 속에서 기성세대가 바라보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상대적으로 매우 다양한 하위집단을 가지고 있으며, 이질적으로 구성된 세대라고 말할 수 있다. 기성세대와 달리 빠른 사회변동 속에서 세대주기가 짧고, 자산분포에 따른 다양한 계층이 존재한다. 또한 기성세대가 대체로 동질적인 생애주기를 공유하고 공통적인 경험을 한다면, MZ세대는 선택의 영역이 확장되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MZ세대의 삶과 정치
 
     기성세대와 구분되는 MZ세대의 구체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MZ세대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성장하여, 인간관계 형성 및 유지측면에서 가상공간의 활용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동체 의식이 강한 기성세대가 중요시 여겼던 의리, 정, 연줄 등의 개념은 희박해졌으며 오히려 그것이 공정하지 못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2) 더불어 MZ세대는 ‘88만원세대’를 정체성으로 받아드린다. 즉, 경제적 박탈감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세대라는 것이다. 부모인 베이비붐세대의 높은 교육열로 높은 교육수준을 갖추고, 한국사회의 풍요 속에서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 경험한 한국사회는 MZ세대에게 절망적이고 암울하다. 기성세대가 한국사회의 경제적 성장과 궤를 같이하여 계층상승을 경험했다면, MZ세대는 저성장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계층상승의 경험을 할 여지가 없었다.
 
     MZ세대의 정치문화는 어떨까? 민주화운동 시절을 경험한 기성세대의 관점에서는 낮아진 학생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낮은 청년층 투표율을 보면서 MZ세대를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라는 시각이 있었다. 기성정치의 시각에서는 청년들의 정치활동이 인지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광우병 촛불집회, 박근혜 퇴진운동 등 한국사회의 굵직한 정치적 사건들에 참여해왔으며, 일상 속에서 다양한 정치적 이슈에 디지털 네이티브적인 방식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왔다. 차이가 있다면, 기성세대가 “국가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거대담론”에 더 관심을 가졌다면 MZ세대는 ‘나’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이슈에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는 점입니다. 직장과 일상을 침범 받지 않으면서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적인 효율성을 강조하는 것도 MZ세대의 특징이다.3) 결론적으로 MZ세대의 정치는 일상의 정치화, 정치의 일상화라고 말할 수 있다.
 
MZ세대와 통일
 
     이러한 MZ세대의 특징에 근거한다면, 평화통일 이슈가 청년세대 이슈의 뒷전으로 밀려난 까닭을 추측할 수 있다. 경제적 박탈감과 불안정한 삶의 정황 속에서 통일이슈는 청년세대에게 나와 먼 문제로 다가온다. 국가 및 개인 통일편익 변화 추이 통계(2014-2021)4)에 따르면 통일이 자신에게 얼마나 이익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통일이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는 의견은 29%를 밑돌았다. 대부분 국민들은 국가차원에서 필요할지 모르나, 개인에게는 꼭 필요하거나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세대에게 평화통일 이슈는 거창한 담론으로서, 소수의 시민단체와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이슈이다. 일상의 정치화, 정치의 일상화를 추구하는 청년세대에게 “민족”개념에서 출발하는 감상적이고, 거대한 통일담론은 자신의 절망적인 실존의 삶을 넘어서 반드시 참여해야하는 이슈가 매력적인, 절박한 이슈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한반도 통일과 평화문제에 관한 청년세대의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통일에 따른 청년들의 일상과 실제적인 삶의 변화, 경제적, 문화적 변화에 관한 선명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상적이고 당위적인 통일정책과, 통일교육이 주를 이루었는데, 이는 전쟁이후 세대인 현 청년세대의 삶의 정황을 고려하지 않는 잘못된 방향이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 속에서 민간교류는 줄어들었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는 정부주도의 통일정책이 이어지면서, 청년세대가 남북 동질감을 경험할 실질적인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사이 통일에 관한 필요성과 이해도 변화하게 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청년세대의 동일선호 VS 평화공존선호 비율이 12.4% VS 71.4%로서, 청년세대는 남북이 하나의 국가 혹은 연합국가로서 통일이 되는 것보다는 한반도 안에서의 평화로운 공존을 더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반도의 분단과 통일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시각차를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세대의 평화 만들기
 
     청년세대의 안에서 분단과 평화가 이야기되고, 통일담론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통일운동의 문턱을 낮추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통일문제에 관한 간극을 줄일 수 있는 기회들이 제공되고, 평화통일의 이슈가 청년세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일이 일으킬 실제적인 삶의 변화, 경제적 문화적 변화에 관한 분명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하며, 한반도 평화로 얻게 될 혜택이 청년세대의 삶에 유효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과 민간차원의 동시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의 대북협력과 교류와 함께, 민간차원의 대북협력과 교류를 다시금 활성화시켜야 한다. 여행, 학술, 문화 등 청년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대북협력교류 프로그램과 정책을 개발도 필요하다. 더불어 대북협력과 교류 프로그램과 정책진행 과정이 청년고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면, 실업과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청년층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통일정책과 교육에 대한 일관성도 중요하다. 현재 한국사회는 좌우갈등, 세대가 이념갈등이 심각하다. 이로 인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도 바뀌게 되고, 교육방향도 바뀌는 등의 혼선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피로감은 누적되고, 대북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냉소적인 시각은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통일정책의 내용도 중요하겠지만, 통일정책의 방향과 교육에 관한 일관성도 중요하다. 그것이 정책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고, 그 신뢰가 곧 정책의 동력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통일정책과 원칙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반드시 이루고, 여와 야, 좌와 우를 넘어서, 평화협정에 관해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평화협정은 평화로운 한반도의 시작을 여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기독청년운동의 평화통일운동
 
     마지막으로 기독청년활동가의 시각에서 평화구축을 위해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해보고 싶다.
 
     먼저는 청년세대를 위한 평화구축을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토양이 바뀌어야 한다. 한국교회 안에서의 기독교신앙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신앙관을 주입해왔다. 개인적인 과업을 성취하는 일, 죽어서 가는 천국을 중요시 여기고, 현실을 무시하는 경향들이 한국교회 안에서 통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편협한 신앙은 결과적으로 개인의 신앙도 교회에도 우리사회에도 독이 된다. 그리스도인들은 분명 하늘을 바라봐야 하지만 이 땅의 아픈 현실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연대와 공감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성경이 말하고, 예수 그리스도가 말하는 신앙의 참뜻임을 일깨워야 한다. 좀 더 세부적으로, 통일신학과 평화신학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교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한다면, 조금씩 한국교회의 토양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한국교회 토양의 변화 속에서 기독청년들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문제를, 냉소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조금은 적극적이고 변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수 있다. 물론 북한을 우리보다 불쌍하게 여기고, 시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북을 함께 공존해야할 동등한 대상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이를 위한 실천거리를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부터 통일담론은 시작된다. 청년세대는 상대적으로 기성세대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이 땅 위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기독청년들은 사회참여적인 신앙관 속에서,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 고민을 시도해야하며, 자신들의 살아가고자 하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직접 만들어가야 한다.

1) 최샛별, 2022, "한국의 MZ세대 이야기: 기성세대의 상식을 넘어서다", 「지식의 지평」 2p
2) 최샛별, 2022, "한국의 MZ세대 이야기: 기성세대의 상식을 넘어서다", 「지식의 지평」 5p
3) 최샛별, 2022, "한국의 MZ세대 이야기: 기성세대의 상식을 넘어서다", 「지식의 지평」 11p
4) 이상진 외 3, 2021, KINU 통일의식조사 2021, 「통일연구원」그림 7
 
글쓴이: 하성웅 목사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