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 위치한 흰여울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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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 입춘에서 우수로 가는 길목, 물 오른 나뭇가지가 슬몃슬몃 초록빛을 내비친다. 불안과 두려움이 스멀스멀 우리 영혼을 잠식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이 고맙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해동머리에 웃자랄지 모를 밀과 보리를 밟아주고 웃거름도 뿌려주느라 분주할 때다. 거름도 준비하고 씨앗도 골라야 한다.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며 사는 이들은 성실하다. 그 성실함이 세상을 지탱하는 토대인지도 모르겠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빈 말은 아닌 것 같다. ‘심은 대로 거둔다’는 말은 자연의 이법에 기댄 말이지만 실은 삶의 은유이다. 사람은 누구나 씨를 뿌리며 산다. 누군가의 가슴에 희망을 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망을 심는 이들도 있다. 감사와 순수와 기쁨을 심는 이들도 있지만, ..

사주팔자와 그리스도인

주술적 기독교의 한 예가 연말에 많이들 한다는 소위 말씀 뽑기다. 위로, 격려, 축복을 담은 성경 구절을 쪽지에 적어 넣고, 그걸 하나씩 뽑아 하나님이 새해에 특별히 주시는 말씀으로 받는 것이다. 성구 가운데 몇 개를 고르는 일이나 그 가운데 또 하나만 택하는 건 별문제가 안 된다. (중략) 문제는 ‘포기’다. 생각할 줄 알고 판단할 줄 아는 내 능력을 내려놓고, 보이지 않는 어떤 힘에 내 선택을 맡긴다는 점이다. 말씀이니까, 또, 구약시대에는 제비뽑기도 있었으니까, 사람들은 그 성구도 하나님이 뽑아 주시는 줄 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을 그렇게 받는 것은 그 말씀이 가르쳐 주는 하나님의 속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본문 중) 권수경(고려신학대학원 초빙교수) 점쟁이를 찾는 계절 연말을 맞아 점집이 또 문전..

신앙의 자리 2022.02.18

기독교가 다시 찾아야 할 언어, 평화

책 끝부분에 던져진 “교회가 어떻게 평화를 이루어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개별 독자를 넘어 한국 교회가 끝까지 끌어안아야 할 큰 질문이자 과제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시종일관 교회는 ‘로마의 평화’가 아닌 ‘예수의 평화’를 추구하고 평화를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였다. (본문 중) [서평]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 기독교 평화론의 역사』 이상규 지음 / SFC출판부 / 287면 / 15,000원 / 2021.11.10. 김복기(캐나다 메노나이트 교회 선교사, 평화저널 발행인) 매년 새해를 맞이하면 올해 읽어야 할 책 목록을 작성해 본다. 지난해에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을 추리고, 또 새로이 발간된 책을 살펴보는 일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여러 책 중에..

쉽게 보는 어려운 성막 -1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너는 첫째 달 초하루에 성막 곧 회막을 세우고(출 40:1-2) 하나님이 모세한테 첫째 달 초하루에 성막을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얘기하면 1월 1일, 새해 첫 날을 말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정월 초하루가 상당히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여호와께서 애굽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일러 말씀하시되 이 달을 너희에게 달의 시작 곧 해의 첫 달이 되게 하고(출 12:1-2)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벗어나는 날이 바로 1월 1일이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애굽에서 벗어나는 날로 1월 1일을 삼았습니다. 애굽에 억눌려 있다가 애굽의 압제에서부터 벗어나는 날, 지금 교회에서 말하는 식으로 얘기하면 죄의 종으로 지내다가 주님을 영접한 날을 1월 1일로 정하여 ..

2022. 02. 18 말씀, 그리고 하루

출애굽기 33:20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나를 보고 살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요한일서 4:9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드러났으니, 곹 하나님이 자기 외아들을 세상에 보내주셔서 우리로 하여금 그로 말미암아 살게 해주신 것입니다. 당신은 보이지 않는 아들과 아버지의 형상이십니다. 당신은 모든 피조물 가운데 처음 태어나신 분입니다. 당신은 지상에 보이는 것과 비밀로 가득한 하늘을 만드셨습니다. - 데틀레브 블록 -

그리스도인의 정치참여,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한국 교회가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민주적 다양성의 확보’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섬김’(diakonia)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으로서 통일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그 몸의 지체로서 다양성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운다(고전 12:25). (본문 중) 박성철(“정치신학연구소 교회와사회” 대표) 한국 교회의 왜곡된 현실 인식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군사독재 정권의 억압 아래 고통받았다. 그 암울했던 시간 동안 한국 교회 내에서 정치 이야기는 금기시되었고 기독교 근본주의 신학은 주류로 자리 잡았다. 외적으로 엄격한 정교분리를 외치면서도 실질적으로 개발 독재 세력과 결탁하여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던 근본주의 교회들은 억압의 시대가 지속될수록 더욱 극우화되..

자존감과 정의

목광수가 저술한 『정의론과 대화하기』는 현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롤스의 『정의론』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단순히 롤스의 『정의론』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역사적 특수성에 적합하도록 『정의론』의 내용을 재해석하고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 [서평] 목광수, 『정의론과 대화하기』 (텍스트CUBE, 2021). 류재한(경상국립대 철학과 강사, 생명의료윤리학 전공) 목광수가 저술한 『정의론과 대화하기』는 현대 한국 사회의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롤스의 『정의론』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단순히 롤스의 『정의론』의 내용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역사적 특수성에 적합하도록 『정의론』의 내용을 재해석하고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