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평화교회 111호| <영적여정의 오솔길> 영혼의 산파 : 죽음의 둘라(Death Do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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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서구에서는 ‘출산의 둘라(Birth Doula)’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둘라Doula’라는 말에 적합한 번역어가 없기에 여기에서는 그냥 둘라라는 말로 사용한다.) 출산의 둘라는 조산사, 혹은 산파와 비슷하게 출산을 맞이하는 부모들을 돕는 직업 중의 하나로 이야기되고 있다. 물론 현대에서는 조산사나 산파의 역할은 대부분 산부의과 의사들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지만, 몇 십 년 전만 해도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들의 몫이었다. 이런 조산사나 산파와는 다르게 출산의 둘라는 출산 즈음에 부모가 될 사람, 특히 산모의 감정적인 부분이나 출산 전반에 관해 부부가 두려워하거나 힘들어하는 부분들에 대해 세심한 정보를 전해주면서 돕는 사람을 말한다. 과거에는 산모의 가족이나, 친구들이 정서적이며 육체적인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출산을 하고, 모든 것이 개인화가 되면서 이런 정서적이며 육체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을 대부분의 사람이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임신 기간, 출산 중 산후 전반에 걸쳐 이러한 유형의 출산을 돕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발견하면서 출산의 둘라가 전문적인 영역으로 재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출산 둘라와 유사한 것이 ‘죽음의 둘라(Death Doula)’이다. 죽음의 둘라는 영혼의 조산사, 혹은 생의 마지막 코치, 죽음의 산파, 생명 전환의 가이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죽음은 죽어가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죽음의 둘라는 이런 사람들에게 정서적, 육체적, 교육적 지원을 제공하는 훈련된 전문가이다. 죽음의 둘라는 호스피스와는 다르게, 임상 또는 의료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이들은 삶의 마지막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위한 적절한 조언과 활동을 한다. 그럼으로 죽어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세상과 좋은 작별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런 죽음의 둘라가 어떻게 돕는지를 잘 보여주는 세라 케어(Sarah Kerr)가 쓴 “예상했던 죽음을 맞이하는 법”이라는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예상했던 죽음을 맞이하는 법“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밖으로 뛰어나가지 말고 의료진도 부르지 마세요.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해 핸드폰을 들지도 마세요. 다만 크게 심호흡을 하며, 그 순간의 고결함을 느껴 보세요.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때, 그 옆에 있는 것은 은총이에요. 그들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그 공간에는 믿을 수 없는 신성함이 있지요. 두 세계 사이의 장막이 열려요. 우리가 죽음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준비와 훈련이 너무나 부족하여 일종의 공황 상태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분이 돌아가셨어!”
우리는 그분께서 돌아가실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분이 돌아가시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에요. 해결해야 하는 어떤 문제도 아니에요. 매우 슬픈 일이지만, 당황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그들의 죽음은, 잠시 멈추어서 심호흡을 하고, 일어나는 일에 깊이 현존하게 만들지요. 만일 집에 있다면 주전자를 올려놓고 차를 끓일 수도 있어요. 침대 옆에 앉아서, 단지 그 방에서 일어나는 일에 현존해보세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그들이 가는 길에 그들을 지지할 수 있는 또 다른 현존은 무엇일까요? 그 순간의 모든 아름다움과 신비함에 빠져 보세요.
잠시 멈춤은 당신의 영혼이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거예요. 우리가 아무리 준비되어 있더라도 죽음은 여전히 충격이기 때문이지요. 바로 "대처"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119에 전화를 걸거나 호스피스에 전화를 걸면 그 엄청난 사건을 받아들일 기회가 사라져 버려요. 5분, 10분, 또는 15분 동안 자신에게 시간을 주세요. 지금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는 그 시간을 얻지 못할 꺼에요.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지고 난 이후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을 하세요.
연락해야 할 사람에게 전화하세요. 참여해야만 하는 모든 단체를 참여시키되 가장 최소한의 수준에서 참여시키세요. 몸과 마음이 갈라지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에 정말, 정말, 정말, 천천히 움직이세요. 우리의 몸은 앞으로 질주할 수 있지만 때때로 우리의 영혼은 따라가지 못한답니다. 조용히 참석할 기회가 있으면 잡으세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조정하세요. 그런 다음 일들이 진행되기 시작하고 죽음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시작되면 더 잘 준비할 수 있어요. 나중에는 숨을 쉴 기회가 없을 거예요. 지금 해야 한답니다. 죽음의 순간에 존재한다는 것은 자신에게 놀라운 선물이고, 함께한 사람들에게도, 방금 죽은 사람에게도 선물이에요. 그들은 마지막 숨을 쉬고 있어요. 몸이 없는 세상에서 이제 막 그들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답니다. 그들의 몸 주위에, 그리고 그 방에 고요한 공간을 만든다면, 그들은 더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 여정을 떠나게 된답니다. 그것이 감추어진 베일의 양면을 위한 봉사랍니다.
글쓴이: 김오성 목사 (한국샬렘영성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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