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에 위치한 흰여울교회입니다.

신앙의 자리/믿음의 자리

쉽게 보는 어려운 성막 -3

minkyo 2022. 2. 23. 09:32
물두멍을 지나면 성소가 나옵니다.
성소에 들어가면 우측에 떡상이 있고, 좌측에는 금 촛대, 정면에 분향단이 있습니다.
또 사방 벽은 전부 다 금입니다.
사방 벽만이 아니고 보이는 것이 모두 금입니다.
떡상도 금이고, 촛대도 금이고, 분향단도 금입니다.
또 천장은 백색 바탕에 청색, 자색, 홍색 실로 형형색색 찬란한 무늬가 아로새겨진 휘장입니다.
보이는 것은 전부 다 금이고 천장은 화려하게 수놓아진 휘장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성소에 들어왔을 경우입니다.
성막 밖에 있는 사람은 고작해야 성막 외부를 감싸고 있는 칙칙한 해달 가죽밖에 보지 못합니다.
비바람에 노출돼서 때가 꼬질꼬질 묻고 색깔이 바랠 대로 바랜 가죽입니다.
성막 밖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이것뿐입니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완전히 별천지입니다.
사방이 다 금인데 순금 등대에 불이 켜져 있으면 그 빛이 얼마나 잘 반사되겠습니까?
일단 성소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그 멋있는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교회에 다녀도 너무 깊이는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 말이 가능한 논리적인 근거를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우리는 더 많은 열심을 내지 못하는 것이 송구스러운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런 말도 되지 않는 발상에 모두들 수긍하더라는 사실입니다.
교회 밖에 있어서 아예 예수가 누구인지를 모르는 사람들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심지어는 교회 안에서도 공공연하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올 지경입니다.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돈을 벌어도 적당히 벌어야지, 은행 지점장이 줄을 설 정도로 벌면 골치 아프다”, “공부를 해도 적당히 해야지, 서울대학을 수석으로 들어갈 정도로 하면 골치 아프다” 하는 말에는 아무도 속지 않는데, “교회에 다녀도 적당히 다녀야지, 너무 열심히 다니면 안 좋다”는 말에는 전부 속습니다.
아마도 교회 안에만 들어오면 아이큐가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모양입니다.
단언하건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성소 밖에서 보이는 것은 단지 거무튀튀한 해달 껍데기뿐입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와야 금 촛대를 보던지 떡상을 만지던지 분향단을 쓰다듬던지 할 수 있습니다.
기껏해야 밖에서는 성소 안에 들어갔다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고작입니다.
마치 신앙생활을 자기가 안하고 다른 사람의 간증을 들으면서 대리 만족을 얻는 격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교회에 다녀도 신앙생활은 자기가 직접 해야 하고, 아무리 목사가 설교를 잘해도 예수는 자기가 직접 믿어야 합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느냐 하면, 애초에 추구하는 바가 잘못되어서 그렇습니다.
신앙을 근거로 더 거룩해져야 하는데 거룩에는 관심이 없고 엉뚱한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러니 공연히 깊이 빠져서 피곤하다는, 말도 안 되는 불평이 나오는 것입니다.
거룩을 목적으로 하면 자기가 얼마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보는 어려운 성막- 강학종 목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