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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잃은 것은 예배의 자리가 아니다

minkyo 2022. 2. 16. 15:06
[웹진 평:상 49호] 일필휘지 | 교회가 잃은 것은 예배의 자리가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크고 작은 교회들이 일요일 11시 예배를 취소하거나 온라인예배로 전환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멈추기 위한 정부의 노력의 일환으로 각종 집회나 종교예식을 몇 주간 중지해달라는 권고와 시민들의 불안 때문이다.

 

주일 성수를 열심히 강조했던 교회들에겐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뒤이어 예배에 대한 신학 논쟁이 발발했다. 결론만 보자면 온라인 예배 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예배 모임이 타인에게 피해가 되지 말아야 됨을 역설하면서 예배가 예배당에 제한될 수 없음을 주장한다. 반대로 예배를 모여야 된다는 목소리는 헌금, 즉 돈을 걷으려는 꼼수로 치부되었다.

 

이 논쟁의 승자는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필자가 생각하기에 모임 예배의 진정한 목적은 하나님의 임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해는 말자. 하나님의 임재는 모든 신앙행위의 목적이다. 그러니 신의 임재를 주제로 주일 예배를 논하는 것은 올바른 논쟁이 아니다. 예배만이 신의 임재를 확신시키고 은총을 나누어주는 것이라 주장하다 무너진 것이 중세전통이다. 지금은 근대의 시대이니 더는 그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같은 논리로 주일 예배 순서에 헌금이 있는 이상, 또는 예배당에 헌금함이 있는 이상 예배를 돈을 걷으려고 드리는 것이란 말은 그야말로 팩트이기 때문에 정확한 반론이 되지 못한다.

 

이 논쟁에 빠진 것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주일 모임 예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웃을 기억하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교회가 잃은 것은 주일 예배 모임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웃을 기억하기를 잊었기에, 예배 모임의 의미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금번 코로나바이러스를 계기로 그것을 자각한 것 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란 이름이 나오면 주일 성수에 목숨을 건다던 장로님도 권사님도 교회가 예배를 중단하기를 바란다. 하나님이 가정예배에도 온라인 예배에도 계시니 오실 필요가 없다고 하면 너무도 쉽게 수긍한다. 알고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우리는 예배의 자리를 잊어버린 것을.

 

예수가 명한 것처럼, 초대교회로부터 모임의 자리는 가난한 자와 죄인과 잃어버린 자를 기억하고 찾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을 기리고 그들을 위해 헌금하며 봉사하던 곳이 모임의 예배 목적이었다. 예수의 비유와 하나님 나라의 말씀과 복음을 기억해보자. 주인공이 누구였던가. 지역사회에서 버림받고, 죄인이라 경멸당하던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런 정신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사람이 사도 바울이었다. 바울의 편지를 읽어보면 교회 모임의 중요한 순서는 음식을 나누는 시간과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고린도전서 11장에서 바울은 고린도교회의 예배를 비판한다. 먹을 것을 가지고 와서 나누지 않고 먼저 먹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울이 나누지 않는 자에게 내리는 명령은 간단하다. “집에서 먹어라!” 오지 말라는 것, 즉 예배의 자리에 합당하지 않다는 말이다. 당시 고린도교회에는 여러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노예들에게 예배의 자리는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이러한 전통은 아마 역사적 예수와 제자들의 식탁 공동체에서부터 유래되었을 것이다. 세리와 성노동자들이 함께 어우러진 밥상이 예배였고 거기에 앉아 있었던 예수가 하나님의 임재였다. 그렇게 초대기독교는 로마제국과 유대사회의 금기를 무너뜨리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갔다. 

 

이와 반대로, 한국교회의 예배는 이미 오래전부터 혐오의 모임으로 변질되었다. 동성애, 이슬람, 타종교, 사회 빈곤계층에 대한 혐오가 넘쳐났다. 보살펴야할 이웃들은 교회 밖으로 쫓겨갔다. 

우리는 예배의 자리를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우리가 진정 잃은 것은 주일 11시 예배 모임이 아니다. 

우리의 이웃들이다. 

이웃을 버린자에게 하나님은 예배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다.

 

 

 

글쓴이 : 한수현 박사